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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Lab 칼럼/보안실록

안철수 CEO 사임하던 날, 무슨 일 있었나?

by 보안세상 2020. 4. 23.

2011.05.27

 

2005년 3월 18일 오전 11시, 안철수 CEO 사임을 발표하다

2005년 3월 18일, 11시였다. 안철수 CEO가 스스로 사임했다.

모두가 놀랐다. 그 날, 안철수연구소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가 준비돼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은 순간 멍했다. 갑자기 기자들은 각각 언론사 데스크에 보고하느라 바빴다.
 
현장에서 보도자료를 받고서야 기자들도 알았던 것이다. 안철수가 자신이 만든 회사의 경영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직원들도 그 때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 날 같은 시각, 직원들에게도 안철수 사장의 사임 사실이 이메일로 알려졌다.

안철수 박사는 왜 이렇게 극비리에 사임을 준비했을까요? 사실 2005년 당시 안철수 없는 안철수연구소를 상상할 수도 없었다. 존경받는 CEO이자 경영자의 사임은 사내외 큰 충격이 예상됐다.  


극비리에 준비된 안철수 CEO의 사임

2005년 2월 어느 날이었다. 안철수 사장이 필자를 CEO실로 불렀다. 언제나 그렇듯 온화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안철수 사장은 청천벽력같은 말을 했다.


"CEO를 사임할 겁니다. 준비해 주세요."

필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올 것이 왔구나.' 언젠가부터 필자는 안철수 사장은 사임을 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안철수 사장이 CEO를 그만 둔다는 말에 필자가 물었다.

"그러면 회장님이 되시는 건가요?"
(일반 기업은 사장 다음에 회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철수 사장은 웃으며 답했다.


"아니요. 아무 것도 맡지 않습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 것도 안맡으면 우리 직원과 회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극비에 안철수 CEO의 사임을 준비했다. D-Day는 3월 18일이었다.

당초 10주년 행사는 3월 14일이었다. 3월 15일이 창립일이라 하루 전에 행사가 준비됐다. 그러나 일정을 급히 18일로 변경한 것이다. 발표 당일 필자는 기자들로부터 무척 항의를 많이 받았다. 왜 미리 이야기해주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어찌 미리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고요...)


팀원들도 모르게 준비해야 했던 안철수 CEO의 사임절차

그런데 이렇게 극비리에 준비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철수연구소는 증권시장 상장기업이다. CEO의 사임은 증권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안철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 중 한 명이 아니던가. 경영상 중대문제가 사전에 노출되면 시장에 악영향은 뻔한 일이었다. 그래서 사내외 모두 비밀리에 준비해야 했다.

사전에 사내에서 알고있던 직원은 COO와 CFO 정도로 극소수였다. 안철수는 사임 발표 하루 전날인 17일 저녁에 '10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사임사를 필자에게 보내왔다. 보안을 철저히 한 것이다. 필자는 밤에 홀로 남아 안철수 CEO 사임 보도자료를 준비했다. 팀원들에게도 비밀로 해야 했기에 혼자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

공시 발표, 사내 직원 발표 등 모든 일정은 3월 18일 오전 11시로 맞춰져 있었다. 필자는 대내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척 고민했었다. 발표 내용은 물론 일정  및 방식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팀원도 안철수 CEO 사임 보도자료를 현장에서 봤을 정도였다. 그것도 11시 즈음에 보도자료를 나눠 줄 때에야.

특히 사전에 크게 우려한 부분이 있었다. 안철수 CEO가 아무 것도 맡지 않고 떠난다는 말이었다.  필자는 당시 김철수 COO를 찾아가 협의했다. 안철수 CEO가 아무 것도 맡지 않는 것은 고객이나 주주를 비롯 회사 대내외에 충격이 큰 일이라 무엇인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CEO는 과거에 장하성 교수에게 기업의 지배구조의 중요성에 대해 3개월간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사실이 생각난 필자는 COO에게 말했다.

"안철수 사장님이 기업의 선진적 지배구조를 강조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CEO를 사임하지만 이번에 우리회사도 선진 지배구조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안철수 박사를 설득하기로 했다. 선진적인 지배구조라는 것은  CEO와 별도로 이사회를 두고 투명한 경영을 하는 방식이다. COO와 CFO가 설득에 나섰다. 여러차례 삼고초려(?)를 했다. 안철수도 본인이 평소 선진적 지배구조를 강조했던 터라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벤처기업에서 처음 선진적 지배구조의 토대가 마련된 순간이다.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더 많고 감사위원회 등도 구축되게 된다.
(선진적 지배구조 개선은 민주주의 3권분립과 비견된다.)


안철수는 CEO 사임 발표를 한 후 사내를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직원들은 사진을 함께 찍으며 축하를 했다. 그리고 3월 23일, 미국으로 떠났다. 와튼스쿨에서 최고경영자 MBA과정에 평범한 학생으로 공부하기 위해서. 이미 시험도 봐 두었던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10주년, 대변화의 출발점

3월 23일 잠시 안철수 박사가 회사에 들렀다. 당시 신임 김철수 CEO 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놀랄 일이 생겼다. 조용히 회사 건물을 떠나는 순간, 일부 직원들이 일제히 몰려나와 손을 흔든 것이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였다. 아무도 몰래 조용히 떠나려 했지만 암암리에 이를 알고 직원들이 서로 연락해 건물 밖에 나왔던 것이다. 깜짝 서프라이즈였다. 직원들을 화이팅을 외쳤다. 직원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안철수 박사도 직원들의 눈물이 가슴이 찡했을 것이다. 그렇게 안철수 박사는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남았다. 어떤 직원이 말했다.

"김철수 화이팅"

그러자 모두 화이팅을 외쳤다. 김철수 사장이 미소를 보냈다. 새롭게 CEO를 맡은 김철수 사장도 그 자리에 있었다. 얼마나 어깨가 무겁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CEO였으니 말이다. 신임 김철수 사장은 직원들의 화이팅에 더욱 사명감을 느꼈을 터. 직원들은 김철수 사장 곁에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안철수연구소의 10주년은 대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참고>
안철수 공부하러 떠나던 날 배웅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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