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0
2002년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안철수연구소와의 인연..
필자가 안철수연구소에 합류한 것은 2002년 1월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 갑자기 벤처기업으로 옮긴다고 하자 가족들은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벤처산업은 벤처거품이 꺼진 후 벤처비리와 게이트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당시 대기업 과장으로서 탄탄대로였던 시기라 작은 벤처기업으로 전직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잠시 면접 당시로 돌아가 본다. 대기업에서 열심히 근무 중인데 낯선 헤드헌터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전혀 모르는 분이었다. 전화를 끊으려 하자 '안철수연구소'에서 사람을 채용한다며 면접이라도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회사 이름을 듣고 속으로 나도 회사에 대해 면접을 거꾸로 볼까 생각이 들었다. 당돌한 생각이었다. 일사천리로 면접이 이어졌다. 1차 합격후 2차 CEO 면접이 있었다. 안철수 CEO와 면접을 본 후 돌아가는 길에 '영혼이 있는 승부' 책을 사서 읽었다. 이미 면접에서 맑은 영혼을 느꼈던 터라 책으로도 확인하고 싶었다. 마음 속으로 안철수와 같은 CEO라면 열정을 발휘할 수 있겠다 결심했다.
그 후 안철수연구소로부터 최종합격 통보가 왔다. 아내는 순순히 남편의 판단을 따랐다. 안철수 사장과 면접 후 돌아온 필자의 모습에 이미 느꼈다고 했다. 첫 출근을 했다. 대기업에서 작은 벤처로 이동하니 다소 시스템이 낯설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안철수 CEO를 존경하는 분위기였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라도 직원들이 존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은 안철수 사장을 존경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팀장님, 이것 좀 해주시면 안되나요?"
어느 날,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누군가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이것 좀 해주시면 안되나요?"
부하 직원의 부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안철수 사장이었다.
사장이 직접 필자의 자리로 와서 업무 부탁을 한 것이다.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사장님, 무슨 일이신가요?"
대개 사장이라면 부하직원을 불러 지시나 명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안철수 사장은 달랐다. 반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사원이라도 높임말이었다. 그리고 명령조가 아닌 부탁조의 말투였다. 목소리도 여성스럽고(?) 부드러웠다. 또한 웃는 인상이었다. 화를 내는 경우를 못봤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에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었다.
안철수 사장과 직장 내에서 첫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시 훌륭한 CEO였다. 직원들이 왜 존경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안철수 사장은 회사에서도 가장 늦게 까지 가장 열심히 일했다. 그야말로 솔선수범이었다. 말과 행동이 일치했다. 그러니 직원들이 좋아할 수 밖에. 보통 사람들로서는 따라서 할 수도 없는 경지였다.
과연, 안철수 박사는 혈연-지연이 없을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안철수연구소에 안철수 사장과 관련한 학연, 지연, 혈연 등 인물이 있지 않을까 의구심이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은 기업은 혈연 지연 학연이 항상 있지 않던가. 그리고 몇 일 동안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을 살폈다. 안씨 성을 가진 인물이면 혹시 안철수 사장과 혈연이 아닌지 조용히 탐문을 했다. 그러나 모두 안철수 사장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안철수 사장이 나온 학교 동문을 살폈다. 그 당시 안철수 박사와 같은 동문은 아예 한 명도 없었다. 친구도 후배도 없었다. (나중에 안철수 사장은 자신이 의대 출신이라 일반 기업에 더욱 없었을 것이라 말한 기억이 있다.) 안철수 사장의 동향 지역 출신도 거의 없었다. 설사 있더라도 안철수 박사와 그 전에 전혀 알지못하는 사람이었다.
안철수 사장은 인사청탁을 무척 싫어했다. 그래서 가족도 절대 인사청탁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나 어머니 조차 지역주민의 인사청탁을 절대 받지 않은 것도 나중에 알게 됐다. 그러다 안철수 사장과 외근이 있어 함께 나가던 중 인사청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장님, 외부에서 인사청탁도 받는 경우가 있을텐데 어떻게 하세요?"
"아무리 높은 사람의 부탁이라도 면전에서 거절해요."
또 놀랐다. 우리나라는 고위직에 있는 인물이 청탁을 안들어주면 괘씸죄도 있지 않던가. 게다가 안철수 사장은 면전에서 거절을 잘 못한다. 쑥스러워하고 '네' '네'하면서 주로 경청하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면전에서 거절을 하다니.
"괘씸죄도 있는 나라인데 면전에서 거절을 하시나요?"
"예전에 장관급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냥 면전에서 거절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인사청탁을 들어주게 되면 직원들이 일하기 힘들어지잖아요. 그래서 인사청탁은 그냥 면전에서 거절해요."
그랬다. 안철수 박사는 직원들을 위해 스스로 어려운 상황도 감수했다. 안철수 박사는 원칙과 정도를 지켰다. 안철수 박사와 관련한 혈연 지연 학연 등 직원이 단 1명도 없었다. 직원들이 이런 CEO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음 편에서 안철수 박사가 경영에서 물러나던 때 눈물흘리던 직원들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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