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4
명사재발견 이외수 편 - 제 2탄 !!
Q. 젊은 세대와 소통하다보면 가끔 회상도 할 것 같다. 젊은 시절의 후회는 없었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막다른 골목으로 운명이 자꾸 날 이끌었다는 생각이 들어. 안 해본 것 없이 이것저것 했지만, 다 망하고, 글 쓰는 일만 하면 잘 되더라고~.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하게 되었나 생각도 들어. 화장실에 들어가 남몰래 울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독자들이 내 글을 읽어 줄때, 응원의 한마디를 들을 때 그 보람은 말 할 수 없지. 창작의 고통은 산통의 고통과도 비슷한 것 같아.
Q. 최근 출연한 쇼프로그램에서 젊은 시절을 열등감의 시간이라고 하더라, 어떻게 극복했나?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이상형으로 거론하는 것에 내가 해당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그래서 열등감이 없을 수가 없었지.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은 많았는데 환경이 받쳐주질 않았고 나의 예술적 감성을 해소하기가 너무 어려웠어. 당시 대한민국은 예술가들이 대접받는 풍토이지도 않았고, 여러 가지가 열등감이었지. 그래서 주유소 습격사건에 '유오성'식으로 "하나만 잘하자" 라고 마음먹었지.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글이야. 결국 산골로 들어가 얼음밥 먹으면서 공부한 결과 극복할 수 있었지.
Q.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시절과 대조적으로 회화작품은 단순하고, 여백이 많다. 이유가 있나?
연륜이 쌓이고 점점 고수가 되면 단순화가 돼. 가지치기를 잘한다는 것이지. 순수해지려고 노력하고 좀 더 단순해지려고 노력하고 이런 것들은 아마 욕심이 줄어들어서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겠지. 그리고 여백이라는 것은 각박함을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아직도 살아있는 우리 고전문학들을 보면 해학과 풍자가 많아. 그런 것들은 굉장한 고수들이나 가능한 일이지. 나는 고수가 되려는 일종의 발버둥 중이지.
Q.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해보고 안 된다고 해. 요즘 젊은이들 보면 무통분만을 꿈꾸거나 불로소득을 바라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종아리를 때려주고 싶은 정도로 미워. 생각으로만 안 된다고 판단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려야지. 그리고 왜 그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에 질풍로또를 꿈꾸나? 그런 허황된 꿈은 팽개쳐 버리고 당장에 길바닥에 나가서 병뚜껑이라도 주워봐. 병뚜껑이라도 10년 동안 주우면 세상이 달라지고 세상이 날 주시해. 일단 해봐. 하나만 쟁취하고 그 하나를 이루면 두 개, 세 개는 쉬워지지. 산꼭대기에 올라가봐 사방이 훤히 보이잖아 같은 이치야. 산 하나만 정상에 서보면 다른 것은 쉽게 얻어진다는 소리야. 뭐든지 상위 10%안에 들어가겠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봐 안될 일이 없어.
Q. 소설가도 노력인가? 예술적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력이야. 어떤 것이든 노력 없인 안 돼. 예술가도 노력이야. 목숨 걸고 노력해봐 안 되는 것은 없어. 대신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그릇이 되어 있어야해. 외롭고 고통스러운 작업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심은 가지고 있어야지.
Q. 음악, 문학, 미술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데, 소설가니까 문학 쪽을 제일 좋아 할 것 같다.
소설만 빼고 다 즐거워. 소설은 절대 즐거울 수가 없어. 소설은 정말 고통스러운 작업이야. 우리말이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단어들을 골라내는 고통은 안 해본 사람들은 몰라. 보석처럼 얼마나 정교하게 갈고 닦았느냐에 따라서 독자들이 어떻게 전달을 받는지 달라지잖아. 전달만이 목적이라면 모스부호로도 충분해. 감동을 선사하려니까 혼신을 다해서 언어에 집중하는 거지. 특히 우리말은 한 가지 뜻에도 수많은 표현이 달라서 어렵지. 그런 면에서 작가정신으로 치자면 한국작가들이 단연 세계최고야.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이젠 '자판은 칼보다 강하다'라고 바뀔지도 모른다는 그는, 세상이 발전함에 따라 도구의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잊혀져가는 간절함과 정성스러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가는 그에게 안철수연구소의 미래에 대해 조언을 부탁해 보았다.
Q. 안철수연구소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좀 더 발전하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료 다운받지 말아야지. 사용자들이 백신에 사랑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느껴야해. 그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아야해. 세계적으로도 안철수연구소의 백신은 기능면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그것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없어서 되겠어? 사용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격려를 해줘야 돼.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곳에 일생을 거는 사람들에게는 격려는 굉장한 힘이야.
왜 꼭 어린이날에만 어린이가 사랑스럽고, 어버이날에만 부모님 생각하고 이러는지 모르겠어. 정신으로 만들어진 것은 물질로 만든 것 보다 더 높은 가치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야. 다운로드 받는 것은 범죄 중에서도 큰 범죄지. 양심부재의 시대야.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영화, 음악계의 불황도 다 같은 곳에서 기인하잖아. 교육으로부터 바로 가르쳐야해.
꽃노털옵하 (꽃미남 노인 오빠)와 감성마을 자택에서 나눈 인터뷰는 마치 십천겁동정성근(十千怯同種善根)의 인연으로 이뤄진 스승과 제자의 대화 같은 느낌이었다. 일이 일 같으면 재미없다면서 편안하게 이야기 하자며 보이는 선한 웃음은 어떤 경지를 넘어선 고수의 여유가 느껴졌다. 치열했던 사람에게서 나오는 진정한 여유와 원고지에 코 박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 그의 열정이야 말로 대중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그 이유가 아닐까? 작가 이외수에게서 풍기는 열정의 향기가 남아있는 한 그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쭈욱~
안철수연구소 사보(http://sabo.ahnlab.com/200809/ahn_05_01.shtml)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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