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남겨준 숙제 (by. 몽이엄마)
지난 4월 3일, 국내 최초 자연분만 판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푸바오’가 만 4세 성숙기를 맞아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중국으로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 푸바오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국내외 언론 혹은 개인 팬들이 올리는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이 소식을 한 번쯤은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전용 케이지에 들어가 여행길에 오른 푸바오. 용인에서 이송 차량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뒤,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도착. 그리고 다시 이송 차량을 타고 검역 생활을 보낼 선수핑 판다 기지로까지 약 13시간의 긴 이동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푸바오가 긴장하고 불편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푸바오가 긴 여행길에 오른 것은 국가간의 약속(*)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요, 국가간 협약에 따라 익숙한 용인의 보금자리를 떠나 난생 처음으로 중국으로 떠나는 푸바오가 환경의 변화로 겪을 스트레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죠. 또한, 푸바오가 태어난 직후부터 깊은 관계를 맺은 한국 사육사들과 이별하는 것도 지켜보는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냈습니다.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세요!
또 하나, 푸바오는 출국 한 달 전인 3월 초부터 검역을 위해 방문객들을 만나지 않고 내실에서만 생활했는데요, 바깥과는 완전히 분리된 지하 내실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여 보는 사람들과 심지어는 푸바오의 사육사들까지도 안쓰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푸바오는 이 모든 걱정과 논란을 이겨내고, 선수핑 기지에서 현지 환경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장하다 푸바오!💕)
푸바오에게 쏠린 모든 관심과 걱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덕분에 ‘동물이 동물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원 환경개선을 위한 움직임
먼저, 사육곰 구조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푸바오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3월 28일부터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는 4월 3일까지 '푸바오 열풍으로 번 돈을 시설개선 등 전시동물의 복지를 위해 쓸 것'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에버랜드에 푸바오를 포함한 5마리의 판다가 살고 있기 때문에, 푸바오가 검역을 위해서 좁은 지하 내실에서만 생활해야했던 것을 반영한 서명 운동입니다. 푸바오의 팬들은 서명운동에 참여하며, ‘푸바오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서명운동에는 무려 약 3,600여명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푸바오에 대한 관심이 다른 동물들에게까지 이어진 거죠.
푸바오의 경우 ‘푸공주’라는 별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극진한 보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제공해달라는 움직임을 이끌어냈는데요, 사실 푸바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동물들도 많았습니다. 2020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 등이 발표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국내 동물원의 시설이 동물이 지내기에 부적합하다고 합니다. 또,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많이 나타난다고 해요. 푸바오에 대한 관심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동물원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
푸바오가 지내던 에버랜드는 환경부가 지정한 ‘서식외 보전기관’인데요,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동물 119종 가운데 61%인 73종이 CITES에 규정된 1급 또는 2급 멸종위기종이라고 합니다. 판다는 세계에서 가장 번식이 어려운 동물로 꼽히는 만큼 에버랜드는 푸바오의 출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에버랜드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동물원들은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보전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으며,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의 종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물원은 동물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답이라고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로 이미 그들의 서식지는 소멸되고 있으며, 밀렵으로 개체 수도 감소하고 있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물원이 동물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동물원이 동물 전시장이 아닌 보호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다양한 법령들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간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원이 앞으로 변화해야 하는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야생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의 보호소 역할(53.2%)’, ‘야생동물 보전 연구, 서식지 보호 기관 역할(51.2%)’을 최우선으로 꼽는 등 시민들의 동물원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관련 부처나 시설에서도 동물복지에 관심을 더욱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Epilogue]
몽이엄마는 푸바오의 출국 일정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2월 말 푸바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다녀왔습니다!
4시간을 기다려 들어간 바오 가족의 보금자리 ‘판다월드’에서 푸바오는 대나무 식사를 한 뒤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푸바오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뿐이었지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편히 잠든 모습을 보니 오히려 안심이 됐던 것 같습니다. 푸바오가 사육사와 수의사의 사랑과 정성을 가득 받으며 편하게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몽이엄마를 포함한 관광객들은 행여나 푸바오가 잠에서 깰까 작은 목소리로 ‘잘 다녀와’라는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기도 했답니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푸바오 관계자들이 푸바오를 위해, 나아가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준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코로나19로 우울했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푸바오가 몽이엄마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행복을 줬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제는 몽이엄마가 푸바오를 응원할 차례이니, 푸바오가 떠난 자리에 남은 ‘동물복지’라는 숙제에 관심을 더욱 깊게 가져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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