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6 세탁 비닐은 왜 계속 주나요? (by 토토로)

안녕하세요, 토토로입니다.

작년 말 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되면서 이제 물건을 사도 비닐 봉투를 제공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중에서 '사용억제ㆍ무상제공금지 대상 일회용품과 그 세부 준수사항'이 2022년 11월 24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인데요.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제공되던 카페의 종이컵, 빨대, 식당의 일회용 나무젓가락 및 수저 등의 제공이 금지되었습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봉투 제공도 안되고 일회용 우산 비닐도 제공이 금지되었습니다.

 

제 행동에도 변화가 생겨서 마트에는 쇼핑백을 가져가거나 종량제 봉투를 함께 사서 담아오고, 편의점에선 작은 비닐 봉투를 잘 접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담아오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어제도 퇴근 후 옷을 벗어 세탁소에서 받은 비닐을 걷어 내고 하얀 옷걸이에 옷을 걸었습니다. 세탁물이 돌아올 때 함께 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 비닐과 하얀 옷걸이도 일회용품이 아닌가요?

 

궁금한 생각에 찾아보니 일회용품 규제에도 불구하고 예외인 것이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우선 마트에서 비닐류는 안되지만 종이재질의 봉투 및 쇼핑백은 제공이 가능합니다. 유상 판매시 되가져오면 환불해주고, 장바구니 이용 고객에겐 혜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제공하는 비닐 봉투는 가능합니다. 종합소매업인 편의점은 규제 대상 업종이지만 일반소매업인 약국은 무상제공만 금지이며 유상 판매로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탁소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옷걸이와 세탁 비닐은 가능합니다. 세탁소는 기타 개인서비스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눈치 채셨나요? 이렇게 금지되는 곳과 가능한 곳이 나뉘어지는 이유는 '업종 분류' 때문입니다. 규모가 큰 매장부터 규제를 하다보니 종합소매업인 편의점은 규제 대상이 되고, 규모가 작은 일반소매업과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규제 적용이 아닙니다.

 

한 해에 사용되는 세탁 비닐이 2022년에 6억 장으로, 우리 나라 인구 5천만 명으로 나누면 한 명당 12장으로 한 달에 한 장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세탁소 비닐은 유리병, 페트병, 형광등, 타이어 등과 같이 재활용 의무를 부여받은 생산자가 회수와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적용을 받는데, 부담금은 선별 및 재활용 업체에 지원금으로 제공됩니다. 일회용품 수거를 하지 않고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부터 덜 만들고 덜 쓰도록 해야 할텐데 부담금으로 대신하니 생산자가 책임지고 재활용하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한 느낌입니다.

 

세탁물 배달시 나오는 옷걸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진행중입니다.

고객의 세탁 비닐을 수거하여 재활용한 원료로 제작한 인증을 받은 PCR(Post-Consumer Recycled) 소재의 비닐로 교체하거나, 옷걸이를 골판지로 만들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작년 12월 마이니치 신문에 나온 기사로 드레스 셔츠 포장 기계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보드 옷걸이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옷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 두 겹의 판지를 붙인 형태인데 꽤 튼튼해 보이네요. 골판지는 플라스틱보다 약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하기에 회수율도 95% 가량으로 매우 높다고 하네요.

<출처 : 마이니치 신문 기사>

인터넷에서 Cardboard Hanger를 찾아보니 Eco-Friendly Coat Hanger가 10개에 15유로(게시일 기준 환율로 2만원), Recyclable Cardboard Hanger가 20개에 43불(대략 5만6천원)에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이긴 하지만 가격이 싼 편은 아니어서 널리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있긴 합니다.

 

어릴 때 빵집에서 식빵을 사면 길다란 종이 봉투에 담아줬는데, 20개씩 모아서 가져다 주면 식빵 하나로 교환해주던 기억이 납니다. 작아보여도 가정에서 세탁물과 관련된 노력을 함께 해서 세탁할 때 물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노력을 같이 한다면, 지구가 조금 더 초록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