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5
꿈꾸는 개인이 없는 사회에 내일은 없다
“왜 어린아이가 운동선수를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
“그들은 꿈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덩크슛을 배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당신은 요리를 할 수 있잖습니까? 당신은 요리를 하고 싶어 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 줄곧 이 직장에서만 일해 왔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꿈을 포기한 대가로 도대체 얼마나 벌었습니까?”
영화 ‘인 디 에어(Up in the air)’에서 해고 전문가인 라이언 빙햄이 구조조정 대상자인 중견 간부에게 던진 대사다. 평생 한 직장에 충성을 다했고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에게 잔인한 통보를 하는 순간이다. 가슴 아픈 장면이다. 특히 ‘자신의 꿈을 포기한 대가’라는 표현이 뇌리에 남는다. 우월한 스펙과 안정된 직장을 성공의 잣대로 삼는 환경 속에서 개인의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교과서 속의 얘기일 뿐인가? 혹은 일부 ‘튀는 인물’에게나 가능한 드문 일인가? 개인이 꿈을 추구할 수 없다면, 그 사회의 비전은 도대체 무엇인가?
<사진출처 - NBA.com>
최근 미국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 중인 대만계 미국인 선수 ‘제레미 린’이 화제다. 스포츠 뉴스는 물론 포털과 언론에서도 이 선수의 활약상이 연일 톱뉴스로 등장한다. 농구는 미국의 자존심으로서 키와 체격이 큰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동양계는 철저히 소외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미국프로농구 세계에서 그는 ‘황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레미 린. 1988년생. 대만계 미국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독실한 기독교인. 현재 미국 NBA의 뉴욕 닉스 소속 포인트가드’. 프로필만 보면 그는 모범생으로서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소위 ‘엄친아’다.
그러나 그 이면의 기록을 보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농구 명문 대학 진학을 희망했지만 그의 꿈은 좌절되었다. 어느 곳에서도 운동 장학생으로 그를 원하지 않았고, 그는 자력으로 하버드대에 갈 수밖에 없었다. 졸업 후에 기대했던 프로선수 드래프트에서도 그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간신히 계약선수로 전전하다가 방출되어 뉴욕 닉스에 후보선수로 들어간다. 그나마 방출 대상에 올랐다가 주전선수의 부상을 계기로 선발 기회를 얻는다. 감독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고, 교체 출전한 첫 게임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곧 연패로 침체되었던 팀을 연승의 기록으로 반등시킨 일등공신이 된다. 작은 키에도 활발한 플레이와 레이업슛, 빠른 침투 공격, 완벽한 수비, 정확한 중거리 슛 등을 선보이며 그의 활약은 매 게임 이어진다.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경기에서는 NBA 간판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38득점을 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명문 대학 출신으로서 좋은 직장을 얻어서 편안하게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뒤엎었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코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세계를 선택했다. 무자비하게 방출당하면서, 언제 방출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후보 생활을 전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농구에 대한 꿈과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불굴의 노력은 한순간 주어진 기회를 거머쥐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꾸준한 연습으로 다져진 충실한 기본기와 장대 숲을 헤집고 다니는 그의 스피드는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다. ‘프로 농구는 흑인 스포츠’라는 인식을 불식하며 열등감을 가졌던 많은 동양계 미국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개인을 꿈꾸게 하는 사회발전의 키워드 : 기업가정신
우리 사회에도 자신의 꿈과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산업 현장에서 세계를 상대로 열정을 불태우는 기업가들이 그들이다. 자금도 부족하고 세간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작지만 세계를 꿈꾸기에 강하고 즐겁다.
정보화와 세계화 시대에 힘의 축은 개인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역량과 열정은 사회 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기업도 종업원 하나하나가 어떠한 리더십과 창의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다. 세계를 품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은 현재 한국 사회가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 따라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공동의 목표가 돼야 한다. 그랬을 때 제레미 린처럼 기존의 인식과 장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지하게 꿈을 추구하는 이가 많아질 것이고,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꿈과 도전이 큰 성과로 꽃필 기회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Ahn>
* 이 칼럼은 2012.02.18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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