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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Lab 칼럼/CEO 칼럼

[CEO Column] 벤처 도전의 즐거움

by 보안세상 2020. 4. 23.

2012.09.05

 

정보 보안 분야의 세계 최대 전시회인 RSA 콘퍼런스가 지난 3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정보 보안의 키워드와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많은 2만 명 정도의 업계 종사자가 참석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기존 보안 체계를 무력화하는 신종 사이버 공격인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에 대한 우려가 크고, 모바일이나 클라우드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개념과 신기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행사장은 이런 키워드로 가득했다. 안랩은 올해 처음으로 이 전시회에 참여했다.

 

 

<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행사 첫날 아침, 한 신사가 안랩 부스에 찾아왔다. 그는 정보기술(IT) 전문가이자 저술가로도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는 “보안 분야 관계자들이 눈여겨볼 회사로 안랩을 추천했다”고 말을 꺼냈다. 의외의 말을 듣고 순간 으쓱했다. IT 본고장인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서 노심초사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얘기를 해 보니 이는 우리 회사의 정체성이 독특해서 그렇게 비쳤다는 뜻이었다.

 

세계 무대 속 '오래된 신인' 안랩의 색다른 첫인상

 

미국 IT 업계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다. 대부분의 신기술 개발과 기술 혁신은 특정 분야의 기술을 발명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벤처기업이 주도한다. 반면에 대기업은 전 세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폭넓게 사업을 전개한다. 대기업은 브랜드와 종합적인 제품 구성, 체계적인 서비스로 굵직한 사업을 추진한다. 물론 연구개발(R&D) 투자도 많이 하지만, 규모가 크다 보니 경영 면에서 위험 관리는 물론 정해진 규율과 컴플라이언스 준수에 철저하다. 조직이 크니 속도가 더디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혁신과 기회 창출이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피드와 혁신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수혈한다.

 

 

물론 ‘대형 벤처’라고 스스로 주창하는 애플 같은 기업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세기의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했기에 가능했다. 사업 모델도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과 같은 몇 개의 제품과 통일된 서비스 플랫폼(iTunes), 유일한 운영체제(iOS)로 단순하면서도 일체감 있게 구성돼 있어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유리하다. 그런 애플마저도 M&A에는 적극적이다.

 

 

안랩 부스를 찾아온 전문가의 눈에 안랩이 독특하게 보였던 이유는 미국 전시회에는 처음 참가한 신인인데, 실체는 17년간 한 우물을 판 전문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대기업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그러나 짧은 시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일반 벤처기업과 달리 오랜 기간의 경험과 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차별점이 그에게 익숙했던 IT 기업군과는 다른 존재로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 아주 높은 가격에 대기업에 인수한 어느 사업가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인수한 대기업에서 고위 경영진으로 계속 일할 것을 제의받았고, 직접 벤처캐피털도 만들어 봤지만, 그는 이 모두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터였다. 까닭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대기업에서 큰일을 도모할 수 있고 존경도 받을 수 있다. 벤처 투자도 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다. 그런데 도무지 즐겁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관리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게 항상 즐겁다.”

 

끝없는 도전, 기술개발에 주목해야 할 우리의 미래

 

이미 많은 것을 이뤘음에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기업을 달리 보이게 하고 개인을 즐겁게 하는 원천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향후 20~30년간 과학기술은 IT를 중심으로 융합되어 문명을 엄청나게 발전시킬 것이다. 아마 30년 뒤에 오늘을 돌이켜보면, 마치 우리가 현재에서 몇백 년 전을 돌이켜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그 열쇠는 새로운 도전, 다시 말해 과학기술 개발과 이를 활발히 사업화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기업가 정신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시점에 과학기술과 이공계를 기피하고,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 세태는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의 미래는 기술개발에 달려 있다. 사업에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지금 시대처럼 기술력과 창의적 문화가 중요했던 적은 일찍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잠재력을 지닌 많은 개인도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산업구조를 이루고,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 같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는 도전의 즐거움을 얼마나 고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hn>

 

* 이 칼럼은 2012.03.26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