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6
바이러스(Virus)와 백신(Vaccine)은 우리나라에서 컴퓨터 바이러스와 컴퓨터 백신을 뜻하는 일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바이러스와 백신의 유래는 어떻게 될까? 백신이 다른 나라에서도 컴퓨터 백신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될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생물학적 용어인 바이러스로 사용되다가 컴퓨터에서 악성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발전하였지만, 백신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독창적 용어이다. 하기사 바이러스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컴퓨터 바이러스로 통용되기도 하니 바이러스나 백신은 컴퓨터 용어로 인식되는 셈이다.
백신(Vaccine)이란 용어는 1988년 6월 안철수 박사가 의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시절에 개발한 V3의 최초 이름에 유래한다. 안철수 박사는 당시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인 브레인(Brain)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컴퓨터 백신 이름을 Vaccine으로 명명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백신이란 이름이 아닌 안티 바이러스(Anti-Virus)라고 부르는 점에서 차이를 알 수 있다. 안철수 박사는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인 Vaccine 개발 이후 Vaccine 2, Vaccine 3 등 차기 버전을 개발하게 되는데 Vaccine 3라는 이름부터는 V3라는 약칭으로 부르면서 현재의 V3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 박사는 1988년부터 1995년 회사 설립 때 까지 무려 7년을 혼자서 의학 연구와 백신 연구를 병행하며 무상으로 V3를 제공했던 것이다.
바이러스(Virus)라는 용어는 일반적인 세포성 생물과는 다른 분자 구성을 가지고, 독특한 방식으로 자가증식하는 일련의 비세포성 구조체를 의미한다. 즉,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에 위치한 특수한 존재로 숙주가 되는 생물에 기생과 증식을 하면서 숙주에 질병을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을 나타낸다.
바이러스란 단어는 라틴어로 독(毒)'을 뜻하는 단어 vile에 그 어원을 갖고 있으며, 1890년대 러시아와 독일 과학자들이 발견한 이후 생물학적으로만 사용되다 컴퓨터에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출현하자 단어의 뜻이 확대되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도입된 초기에는 바이러스란 이름 때문에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플로피 디스켓을 깨끗한 물로 씻거나 컴퓨터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컴퓨터에 방충제를 뿌리거나 디스켓을 밀폐된 곳에 보관하는 등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일련의 프로그램 코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바이러스는 '정상적인 프로그램이나 각종 데이터파일을 파괴하도록 특수하게 제작된 악성 프로그램'으로 정의되며, 생물학에서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높은 자기증식력과 전염성을 가지고, 숙주의 작동이나 안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등 작동과 생존 방식에서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
1972년에 출판된 'When Harlie Was One'이라는 과학소설에서 최초로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컴퓨터와 연관을 가지고 등장했는데 작가 데이빗 제롤드는 현재의 바이러스와 큰 차이없는 개념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 후 1986년 파키스탄의 Brain이라는 프로그램 상점의 프로그래머 형제가 제작하여 유포시킨 브레인(Brain) 바이러스는 세계 최초의 PC 바이러스로 탄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에 발견될 정도로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어 플로피 디스켓을 통해 몇년에 걸쳐 세계 각국에 바이러스가 전염될 정도로 느리게 전파되었던 것이다.
브레인 바이러스는 360KB 용량의 플로피 디스켓을 감염시켰는데 그 이후 수많은 바이러스의 모델이 되어 많은 변형이 제작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이후 1988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대학에서 발견된 예루살렘 바이러스는 13일의 금요일이 되면 실행되는 모든 파일을 삭제하는 증상을 나타내어 일명 13일의 금요일 바이러스로 불렸으며 수많은 변형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가 평소 백신이라고 부르는 용어가 V3의 원래 명칭이고 이후 백신은 안티 바이러스의 우리식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참으로 흥미로운 역사이다.
게다가 백신은 안철수 박사 이전에는 '왁찐'이라고 한글 표기를 했었는데 V3 시초인 백신 이름부터 백신으로 불리게 된 유래를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안철수 박사가 의학도였기에 컴퓨터 바이러스와 안티바이러스를 바이러스와 백신으로 부르게 된 것은 어쩌면 이미 필연의 결과는 아닐까.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컴퓨터 바이러스가 운명적 만남을 했듯이 말이다.
올해 V3 탄생 20주년이 되는 해다. 국내 소프트웨어 중 가장 오랜 역사이다. V3가 없었다면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역사는 전무할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를 알면 재미있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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