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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Lab 칼럼/리더스 칼럼

안철수연구소 판교 사옥 이주가 기대되는 이유

by 보안세상 2020. 4. 23.

2011.08.16

 

콜롬보스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자 많은 유럽인이 아메리카로 이동했다. 그리고 유럽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모든 것을 기존과 다르게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미국은 많은 부분에서 유럽 대륙과 다른 방식을 채택했고 어떤 것은 혁신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점차 안정이 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이러한 미국에 근대 들어 생겨난 개념 중에 용광로(Melting Pot) 이론이 있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하나로 합쳐진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새로 이민을 오는 사람들도 녹아들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적일 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새로이 오는 사람들에게 이 철학은 많은 괴로움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 다음을 이끌어간 철학이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 되었다. 하나의 샐러드이기는 하지만 그 요소들이 하나하나 살아 있을 때 더 풍부하고 맛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많고 많은 내용물 중 특정한 것만 골라 먹을 때 이런 시스템은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차별을 금지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 두 생각은 지금도 공존하며 용광로를 추구하지만 샐러드 그릇으로 머무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용광로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그 요소들이 자신의 색깔을 유지한 채 자기 빛을 낼 때, 그 무리가 더욱 위력이 강해짐을 느낀다.


용광로? 샐러드?

 

기업도 종종 이와 같은 이슈에 직면하곤 한다. 갑작스럽게 커지거나 구성원의 이동이 잦을 때이다. 많은 사람들은 관리적인 편의와 개인적인 안정감을 위해 새로 온 사람들이 기존 문화에 완전히 맞추기를 바란다. 특히 한국 사회는 남이 나와 다른 것을 잘 허용하지 않는 사회이다 보니 한국의 회사는 이 부분이 더 심하다.

그렇다면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기존 일에 의심을 품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은 것이, 어느 회사나 혁신을 부르짖고 창의성을 중시한다. 구성원이 동질적인 생각과 문화를 갖기를 원하는 것과 조직을 혁신하고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별개라고 말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다른 말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그런 창의적 생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찾아내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관용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똘레랑스 문화는 학교에서 철학하는 법을 가르친 결과의 산물이라고 한다. 즉, 편견과 오만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고를 하면 관용이 생기며, 다름을 허용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수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나는 실리콘벨리에 위치한 스텐포드대 첨단휴먼과학연구소장인 케이트 데블린에게서 들었다. 스탠포드가 실리콘벨리의 수많은 기업에 인재와 기술을 제공하여 벤처들을 뒷받침하는 인재와 융합의 산실이 된 것은, 서부 개척 시대부터 그냥 오랜 세월 동안 몸에 배어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땅을 팔 수 있고 설사 땅을 파서 금이 나오지 않아도 크게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냥 또 다른 곳을 파면 되었던 그런 문화 말이다.


관용과 융합의 문화는 토론에서 시작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철학하는 법을 배우고 차별 없고 실패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긴 역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완성되기 전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다행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한 것을 한 번에 다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토론 문화이다. 토론은 철학처럼 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또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토론은 서로가 동등한 상황에서 이루어질 때 더 효과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교육법은 아이들이 어른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생활 습관도 배우고 지식이나 지혜도 배운다고 한다.

종종 우리는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르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경험하는데, 그 이유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서 그 안에 있는 문제점이나 모순을 미리 찾아내지 못 했거나 상대방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토론에 임해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하고 임하는 토론은 엄청난 부산물들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관철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순한 논리적 전개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사고 구조가 논리적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신사옥 곳곳에서 아이디어 나누는 모습 기대돼

 

한 달 남짓 남은 판교 사옥으로의 이주는 그래서 설렌다. 여기저기서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분위기는 어느 순간 사람들을 토론의 장으로 이끌 것이고 그러한 생활이 반복되면 토론이 우리의 습관과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다. 꼭 토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나누는 허심탄회한 대화만으로도 말하는 사이에 문제가 해결되는 Teddy-bear-effect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짧은 시간 안에 이미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해줄 것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키워줄 것이고 새로운 사고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조직, 문화, 제품, 서비스 모든 부분에서 진화를 이루어 낼 것이다.

새롭게 지어진 판교 사옥에서 푸른 창공을 뒤로 하고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 잔을 들고 담소를 하며 문제도 해결하고 반짝 아이디어를 피워내는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글. 전략제품개발실장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