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8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구성하는 제품 안에 한국 기업의 기술이 별로 없는 것을 보고 장탄식을 했다고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돼 씁쓸하다. 그러나, 실망하기보다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핵심적인 부품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은 허약해진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대기업은 브랜드와 시스템으로, 중소기업은 요소 기술과 집중력으로 승부를 한다. 각각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수평적인 '윈-윈' 관계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종속 관계가 심화하면서 중소기업 층은 더욱 엷어졌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어떤 경쟁력과 위상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본과 대만이 탄탄한 부품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은 기술에 확고한 뿌리를 내린 중소기업 덕택이다.
반면, 우리는 대기업에만 집중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못해 결국 수많은 부품과 요소 기술을 일본과 대만에서 수입하는 냉혹한 현실에 처했다. 이제라도 과오를 반성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IPTV와 같은 비즈니스 플랫폼을 보유한다는 계획 자체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결국 핵심 부가가치이기 때문이다. 애플사의 아이팟이 성공한 이유는 아이튠스라는 음악 서비스와 직관적인 디자인을 갖춘 단말기의 절묘한 결합에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IT 패러다임 변화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창의력을 불태우는 모멘텀을 제시해 왔다. 만일 우리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앞선다면, 여기에서 입증된 기술은 세계적으로 뻗어갈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설사 우리가 껍데기뿐인 인터넷 강국이라 하더라도, 앞선 인터넷 환경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시험무대'였다. 인터넷 뱅킹, 온라인 거래, 모바일 인터넷, 정보 보안, 온라인 게임에서 개발된 기술은 IT환경 턱을 톡톡히 봤다. 단순히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IT 서비스를 생활 속으로 정착시킨 하이테크의 선진국이다.
그러기에 새로운 IT 플랫폼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뿌리 위에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역할의 선봉은 집중력과 차별적 기술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소기업의 몫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제 역할을 완수하려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기업가들이 원대한 꿈을 꾸고, 해외로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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