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2
V3, 국가대표 SW 20년에서 글로벌대표 100년으로 이어지길
(글쓴 이 : 이희조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 교수)
V3가 1988년 C브레인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시작해서부터 20년의 역사 동안 대한민국의 대표 소프트웨어로서 굳건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 외국 친구가 안랩(AhnLab)은 몰라도 V3는 알고 있는 것을 보고 V3의 높은 인지도를 실감했고, 20살이 된 오늘까지 국내 백신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연 매출 500억을 상회하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V3의 장점은 세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다. 특히, 보안 서비스는 신뢰가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잠시 사용자를 현혹하거나 속임수를 써서는 안 되는데, V3는 중요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도 언제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신뢰의 이미지를 20년 간 한결같이 쌓아왔다. 안전한(secure) 소프트웨어는 언제고 새로 만들 수 있지만, 신뢰 (trust)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환경에 최적화한 소프트웨어이다. 국내의 전산 환경과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구동되는 환경에서 그 어느 백신보다 가장 많이 노출되고 최적화했다. 따라서, 다른 그 어떤 제품보다 국내에 유통되는 소프트웨어들과 함께 구동되는 데 충돌 문제가 적고, 국내 사용자의 구미에 맞는 미려하고 효율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셋째, 매우 안정적인 소프트웨어이다. 메모리 점유가 적고 검사 시간이 빠르며 다양한 사용자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수행된다. 설치 용량이 비교적 크게 소요되고, 일부 외산 백신보다는 무거운 느낌이 들 수도 있으나, 많은 피해를 입히는 새로운 악성코드의 출몰에 그 어떤 회사보다 대응 체계가 잘 갖추어진 헌신적인 연구원 100여 명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늘 대기하고 노력하고 있기에 믿음이 간다.
국제 인지도 제고 등 지속적인 우위 유지를 위해 노력해주길
그러나, 늘 변화하는 환경에서 V3가 앞으로 20년 또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보안 업체들과의 경쟁, 무료 백신의 시장 잠식, 대형 IT 업체들의 보안 서비스 제공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정책의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국제적 인지도 제고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용이라는 평가를 떨치기 위해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패스/페일(Pass/Fail) 방식의 인증뿐 아니라 해외 벤치마크 평가 결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랭킹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악성코드 출몰이 지역적으로 다른 분포를 보이고 있고, 벤치마크 평가 기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지만,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성능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주된 사업 영역인 한/중/일/영 언어를 제외한 운영체제에서는 V3를 무료로 배포하여 안정성을 높이고 샘플 확보 인프라도 높여서 글로벌 소프트웨어로 나아가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새로운 영역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유료화로 전환한다면 글로벌화와 사업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둘째, 글로벌 보안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 현재는 안철수 의장 외에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보안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안티바이러스 학회를 제외하고 국제적인 보안 컨퍼런스에서 안랩 연구원의 발표를 본 적이 없다. 현실적으로 제품 개발에 매진하느라 국제적인 학술 활동에 여력이 없을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최고의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연구원들의 국제적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는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 기술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가고, 안랩에서 스타 연구원들을 배출함으로써 우수 인재의 요람으로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대학과 산학 협력이 필요할 때이다. 산학 협력을 통해 신기술 확보와 우수 인력의 안정적 유치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국내외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입도선매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의 대학 방문 및 산학 협력은 미미하다. 매년 매출 비례 10%는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그 중 10%는 경쟁을 통해 대학에 연구 과제를 줄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학계의 신기술 최신 동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과제를 수행했던 대학원생 중 우수 인력은 회사로 유치해 연속성 있게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V3 수익 모델 증대에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유연한 엔진을 개발해서 클라이언트, 서버, 네트워크 외에 다양한 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선보인 TS 엔진에서 충족된 것으로 안다. 또한, 수백만의 사용자가 스캐닝을 하는 10분 동안의 시간을 활용하여 광고 수익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라이센스 관리 및 비용 지불 방법을 다양화해 불법 사용자를 합법 사용자로 옮겨올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종 악성코드 탐지 성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엔진 성능은 피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근래의 악성코드는 하루가 멀다하고 변종이 나타나고 확산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있다. 악성코드 작성 툴 킷의 일반화 및 변종 제작의 용이성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백신은 발견 후 엔진 업데이트가 되어야 방어 효과가 생긴다는 약점이 있기에, 변종에 강한 엔진을 개발하는 데 더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휴리스틱 테스트 탐지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아무쪼록 지난 20년을 발판으로 향후 20년, 아니 그 이후에도 V3가 대한민국의 대표 소프트웨어로 세계 시장에서 사랑 받기를 기원한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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