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4
지난 2010년 4월 3일, 이 곳 시애틀의 이른 새벽에 유명 컴퓨터 매장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애플에서 출시한 '아이패드'(ipad)라는 컴퓨터를 사기 위해서다. 애플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워싱턴 주 사람들의 IT에 대한 열정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필자가 유학생활로 시작해 7년여를 살고 있는 워싱턴 주는 미국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첨단을 달리는 곳이다. 곳곳에 즐비한 스타벅스 등의 커피숍에는 노트북을 들고 인터넷을 누비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특히 시애틀, 벨뷰, 타코마, 에버렛 지역(- 우리나라에서 각 ‘구(區, Ward)’에 해당)은 무선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는 시스템 와이 파이(Wi-Fi) 네트워크의 미국 내 선두 주자로 오래 전부터 자리매김했다. 말 그대로 최고의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시애틀이고 워싱턴 주다.
이는 인텔 회사가 3년째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미국 내 1백여 개의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상의 무선 도시(Most Unwired Cities) 조사에 따른 결과에서 드러났다.1) (이에 따르면 ‘텍사스 오스틴 - 포틀랜드 - 워싱턴 주 밴쿠버’ 지역, ‘샌프란시스코 - 산 호제 - 오클랜드’ 지역 등이 무선 인터넷 환경의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그 외 Orange County, Denver, Austin/San Marcos, Atlanta, Minneapolis/St. Paul, Toledo, Raleigh/Durham/Chapel Hill 등이 10위권내에 드는 도시다.)
반드시 이러한 통계가 아니어도, 워싱턴 주의 대표적인 도시인 시애틀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캠퍼스 형태로 위치해 있고, 아마존, 닌텐도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본산지로 유명하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환경으로도 각광받는 시애틀이 얼마 전 시만텍이 발표한 공개 보고서에 경악했다.
최근에 시만텍은, 사이버 공격에 가장 취약한 미국 도시 50곳을 선정해 ‘가장 위험한 온라인 도시(Riskiest Online Cities)’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기에서 워싱턴 주 시애틀이 미국 도시 중 사이버 범죄에 가장 위험한 도시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보스턴,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롤리(Raleigh), 아틀란타, 미네아폴리스, 덴버, 오스틴, 포틀랜드 등이 가장 위험한 도시 10곳 안에 들었다).
아무래도 앞선 기술의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그만큼 명암도 짙을 수 밖에 없음을 십분 감안해 볼 때, 한국의 IT, 특히 인터넷과 관련한 환경에서 단연코 세계 선두 급의 우리나라도 어둠의 그림자가 그만큼 짙지 않을 수 없다.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는 뉴스들에서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믿기 어려운 사이버범죄들이 이를 방증(傍證, supporting evidence)한다.
이러한 도시에서 나날을 살아간다고 치자. 범죄자가 자유롭게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곳이라면 어느 누가 거기서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해소책은 ‘보안’에 관한 대책을 세우고 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보안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것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는 ‘좋은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것 누리는 데에 치중할 뿐’, (정보기술의 발달 이면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사이버 역기능에 대해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닌 양, 자신에게는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본인이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무심한 것이 지금의 사이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다 보니 이 틈을 노려 사이버 범죄자들이 곳곳에서 버젓이 활개치며 어두운 미소를 짓는 게다.
먼저 각자 보안에 대한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환경이라는 인식이 커질수록 문단속과 왕래, 활동 등에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특히 청소년, 아동에게는 인터넷이 그들만의 세계, 마음껏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무한 공간’이 아니라 ‘위험 공간’임을 자각케 해야 한다. 누군가와 메시지나 콘텐츠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단순히 상품에 눈이 어두워 개인정보를 임의로 제공해서는 안 되고, 나 외의 다른 사람의 정보를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공적인 장소에서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시 민감한 정보의 전송을 자제하고, 사적인 장소일지라도 불법침입의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보안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이다.
사이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오락과 유흥, 대화와 만남, 심지어 쇼핑, 뱅킹 등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점점 현실과 사이버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현실에서 사이버를 누리고, 사이버에서 현실을 확장해 간다. 이 속에서 우리의 행동은 더 많아지고, 많아지는 만큼 위험 요소로의 접근도 쉬워진다. 그렇다고 곳곳에 사이버 경찰을 배치하고 감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개인마다 보안대책을 솔선수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마다 자신의 컴퓨터와 인터넷 활동을 점검해야 한다. 중요한 자료를 수시로 백업해 두고, ID · 패스워드 등을 (가족 · 연인 사이에서도) 공유해서는 안 되며, 인터넷에서 타인의 불법적인 행동을 묵인하거나 간과해서도 안된다.
이 세계는 ‘내가’ 나서서 가꾸고 지킬 때 비로소 ‘우리’라는 공동체로서 가치 있고 보람있게 살아갈 의미가 있는 것이다. 뒷짐 지고 누릴 것이 아니라 걷어붙이고 나설 때다.@
1)이 조사는 매년 1월 1일 ~ 4월 15일까지 실시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번호와 상업용 핫 스팟(Hot spot), 우편번호(ZIP) 코드별로 집에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는 지 여부와 사용 빈도 등에 대한 것을 인구 분포별로 분석한다. 이 자료는 ‘미디어 한국’, 2005년 6월 10일자 34면 내용을 참조한 것임.
IT 칼럼니스트 김연수
중앙대학교 법대와 대학원을 거쳐 정보통신부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한국정보보호진흥원 KISA)에서 근무하였으며, 미국에 유학하여 워싱턴대학교 로스쿨을 마치고(- 정보통신과 지적재산 법제 기술 전공), 현재 미국 퍼시픽 신학대학원에서 IT와 디지털의 관점에서 신학(성서)과 법제도에 대한 뉴 패러다임을 연구 중. 주요 저서로는 『사이버범죄 총람』, 『개인정보보호』, 『사이버 역기능』이 있고, , <사이버 범죄 속의 교회>, <세계를 가슴에 품은 남자> 등을 집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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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IT&보안 칼럼] 뒷짐 지고 누릴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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