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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Lab 칼럼

어느 불법 소프트웨어 다운로더의 고백

by 보안세상 2020. 4. 21.

2009.06.19

 

아래 글은 현재 서울에 사는 모 프리랜서 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타이핑은 800타를 치는 신의 손이지만 머드 게임이 진흙으로 노는 것 인줄 아는 컴맹에 가까운 사람이다. 이 글은 그간 그녀가 모르고 저지른 행위에 대한 고백이자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대한 글이다. 그녀는 그녀의 불법행위에 대해 심심한 반성을 하고 있으며 이 글을 빌어 자기의 다짐을 견고히 하고자 마음먹었다. - 편집자 주

 

미국, 모든 걸 돈 주고 사야 하는 딱딱한 나라

미국 유학 시절, 학교 컴퓨터실에서 PC사용을 하자니 귀찮아져 PC를 하나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컴퓨터로 주로 인터넷 서핑과 워드 그리고 간단한 이미지 작업 정도만 하기 때문에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요 없었다. 크게 시간도 없어 대충 가까운 전자제품 마트인 Circuit City에서 데스크탑을 한대 구입했다. 이제 귀찮게 도서관이나 랩을 다니지 않아도 PC사용이 가능해졌다. 집에 와서 박스를 뜯고 랜선과 각종 케이블을 연결했다. 부팅을 하고 보니 그 어떤 소프트웨어도 깔려있지 않은 깡통PC였다. 갑자기 배신감이 몰려와 친한 미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이언, 나 PC 하나 샀는데 머가 이러냐?’
‘머가?’
‘왜 소프트웨어도 하나도 안 깔아주고 머가 이래? 윈도는 깔아줘야 하잖아’
‘야 그건 돈 주고 사는 거야. 너 윈도도 구입했어?’
‘총 맞았냐? 윈도를 왜 돈 주고 사. PC사면 우리 나라는 다 껴 주는데…’
‘오 진짜? PC가 얼마인데 그걸 다 끼워주냐. 한국 좋은 나라다’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가 조립 PC를 사도 당연하게 깔려서 오는 소프트웨어들이 미국 애들은 다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을…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미국은 필요 이상으로 딱딱하게 구는 정이 없는 나라이고 우리 나라는 정이 넘치고 PC유저들이 똑똑해서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무상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

불법인지 몰랐다

귀국을 하게 되어 데이터 백업을 하고 남아 있는 데스크탑을 유학생에게 줘버렸다. 한국에 오니 또 다시 PC가 필요해졌다. 친구들 중 컴퓨터 천재들에게 전화를 한 결과 요즘은 데스크탑 PC들이 파격적으로 싸졌단다. 그냥 조립 PC도 성능이 좋으니 하드는 조립을 하고 대신 사이즈가 큰 LCD 모니터를 구입하라고 조언했다. 몇 군데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후기도 좋고 AS도 잘 될 것 같은 사이트를 발견, 주문을 했다. 아니 그런데 갑자기 윈도를 주문하는 창이 뜬다. 윈도를 구입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받은 먹통 PC를 받을 것 같아 윈도 주문을 했다. 하지만 돈이 아깝고 괜히 바가지 쓴 기분이 들어 억울했다.

며칠 후 PC가 왔다. 띠딩하는 소리와 부팅이 되고 눈에 익은 윈도 창이 뜬다. 진짜 윈도 밖에 없다. 흔한 MS워드도 없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P2P사이트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가르쳐주며 들어가서 다운을 받으라고 한다. 이런 별천지가 있나 싶을 정도로 윈도와 각종 소프트웨어에 시리얼 넘버까지 다 있다. 괜히 윈도를 주문한 것 같아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갖가지 오피스 프로그램과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등 필요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깔았다. 물론 몇 개의 다운받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안 돌아가긴 했지만 공짜인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계속 쓰던 중 컴퓨터가 버벅 거린다. 나와 달리 컴퓨터에 능한 친구에게 문의하자 그 친구는 ‘밀어’라고 대답했다. 나는 어떻게 ‘미는지’ 모른다. 컴퓨터 천재 친구에게 회유와 협박을 통해 집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갖가지 씨디로 중무장을 하고 나타났다. 싹 ‘밀고’ 내 컴퓨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준 친구는 선심 쓰듯 한마디 한다.

‘야 요즘 바이러스 같은 거 많으니까 내가 백신 하나 깔아놨어’

내가 컴맹이긴 하지만 바이러스를 감기 바이러스로 알아들을 정도로 미개인은 아니다. 그냥 대충 해킹, Y2K, 해커, PC다운, 모니터에 뜬 해골 정도가 생각났다. 어느 날 우연히 테스크바를 보니 V3라는 아이콘이 보인다. xx학교에서 흘러 나온 불법 V3이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왜 백신이 필요한지, 또한 별 필요도 없는 소프트웨어를 왜 돈을 주고 사야 하는지… 나는 진짜 몰랐다.

내 무지함에 놀라다

이 글을 편집하게 될 편집자의 초대로 안철수연구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미 피력한 바처럼 IT와는 먼 거리를 유지하고 산 터라 개발자들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 안랩에 와서 직원 수에 놀라고 셀 수 없이 많은 악성코드에 또 한번 놀랐다. 엄청 난 수의 고객 문의에 놀라고 PC문제로 고통 받는 수 많은 국민들에 또 한번 놀랐다. 그냥 내 수준에서 PC의 문제는 소모품들이 수명을 다 하는 정도로 나에게는 귀찮은 골치거리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한 문제이었던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다. 적절한 보안을 하지 않으면 트레이 메뉴에 아이콘들이 생겨나고 시작 프로그램에 내가 모르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도 한다. PC가 느려지고, IE의 시작 화면이 바뀐다. 원치 않는 pop-up이 뜨고 스파이웨어, 인터넷쇼핑 사기를 당하고 피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그리고 금전적인 손해까지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또한 공인인증서 유출이나 이로 인한 인터넷뱅킹 해킹은 영화 속에서 존재하는 허구인 줄 알았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은 보안 소프트웨어는 다른 일반 소프트웨어랑은 다르다는 것이다. 오피스프로그램이나 일반 툴들은 한번 구입을 하면 끝나는 제품이지만 보안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개념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 둘은 구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 많은 악성코드를 분석하고 엔진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그 많은 직원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내가 아무런 제약 없이 내려 받은 소프트웨어가 누군가의 노력과 그 어떤 회사의 정당한 이윤추구를 위해 만들어 낸 ‘상품’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PC를 사거나 휴대폰, MP3를 살 때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왜 소프트웨어는 공짜라고 생각을 했을까? 다른 모든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그렇겠지만 많은 직원들이 피땀 흘려 제품을 개발한다. 이런 노력의 산물들이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슈퍼마켓에서 껌 하나 들고 나오는 것은 절도라고 생각하면서 P2P사이트에서 불법으로 내려 받은 소프트웨어는 당연시 했음을 고백한다.

어떤 기업이나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이든 생산적인 일을 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회사는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고 개인은 일정 기간 동안 학교나 현장교육을 통한 학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투자는 새로운 유무형의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사기 위해 지불한 돈은 다시 해당 회사로 돌아가 그 회사는 더 나은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당연한 구조를 몰랐거나 혹은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라는 안일한 생각 하에서 무시하면서 살아왔다. 오늘 아낀 푼돈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정정당당한 합법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될 것을 다짐해 본다.@

편집 : 인터넷사업팀 전유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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