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hnLab Inside

'거위의 꿈' 노래한 가수 인순이, 안철수연구소 사보 보안세상 인터뷰.

by 보안세상 2020. 3. 21.

2008.01.18

 


모두 벽이었어요

 

그동안 에이즈 어린이 돕기, 지체장애인을 위한 콘서트, 독거노인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등의 자선활동을 해온 가수 인순이는 “산다는 것은 녹록치만은 않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모두 벽이었어요.”

동네에서는 LP판을 틀고 춤추며 노래를 제일 잘 부르던 아이였고, 학교에서는 음악 선생님이 수업 시작 전에 항상 노래를 시킬 정도로 사랑 받는 밝고 명랑한 아이였지만, 동네 밖을 벗어난 순간, 혼혈인인 인순이에게 세상은 모두 벽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여기서 버텨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부재, 엄마와의 관계, 미국으로 가는 것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그녀는 ‘나는 운명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항상 먼저 앞서갔다. 떳떳하게 부딪쳐보리라.‘ 생각했단다. 처음에 ‘엄마는 왜 외국 사람을 만났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타국에 평화를 위해 찾아온 아버지였기에 ‘전쟁의 와중에서 나의 어머니를 보고 미래, 꿈, 희망, 안정, 위안을 얻어서 사랑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순이는 ‘희자매’로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혼혈인으로서 받은 차별도 많았다. 곱슬머리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아 가발이나 모자 등을 반드시 써야 했고, 노래를 잘해서 국제가요제에 한국 대표로 선발될 수 있었지만 혼혈이라는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던 아픔이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학력 위조 문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에게는 이 문제가 비껴갔으면 하고 바랐어요. 나만을 존경하는 딸, 나를 사랑하는 남편과 시집식구들에게 어떻게 얘기할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고요.”

그러나 이 문제도 자신이 맞아야 할 바람이라면 이겨내겠다는 각오로 학력 위조 사실을 밝힌 그녀는, 기자에게 자신이 동정 받지 않게끔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달라는 심정으로 고백한 그녀는, 네티즌이 의외로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어 오히려 힘이 났다.

“아직 제 안에는 밝힐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요.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나중에 책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나를 성공시킨 건 오기

 

인순이는 열린음악회에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훌륭하게 소화해 주목을 받고, 조PD와 ‘친구여’를 불러 젊은 팬층을 확보하고, ‘거위의 꿈’으로 정상에 오르기까지 탄탄대로를 걸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전에 7년 동안은 치고 올라오는 신인가수들 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느 무대든 가리지 않고 서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 힘들게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무엇이 저를 이만큼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주저 없이 대답합니다. ‘오기’라고. 저는 날 시퍼런 칼을 들고 있었어요. 단순히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요. 매니저가 저를 지는 해라고 말했을 때 굉장히 상처를 받았지만 응원가같이 들리기도 했어요. 부정적인 말은 항상 제 오기를 일으켰어요.”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 제일 화려하게 옷을 입고 놀이공원 등에서 콘서트를 많이 했던 그때의 경험이 지금 다양한 관객들 앞에서 다양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만들어준 연습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저는 앞으로도 어떤 사건이 터져도 깔깔대고 방방 뛰면서 열심히 살 겁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 돌려줄 방법 찾는 게 지금의 꿈

 

인순이는 어려움에 부딪친 누군가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여러분이 고민하는 것은 여러분 혼자만의 일입니다. 누구에게 얘기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아요. 내가 책임지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행동해야 할 것밖에 없어요.”

 

자신이 그동안 겪어왔던 것을 비추어보면 내가 못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그녀에게 멋지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멋지게 산다는 것은 자신감 있게 사는 것이에요. 뭐든지 받아들일 자신이 있고 자기 것으로 만들 자신이 있어야 하죠.”

 

다른 나라로 도피하지 않고 한국에서 살아남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에게, 꿈을 꿈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꿈을 가질 수조차 없었던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거위의 꿈>은 최고의 곡이다.  
 
 “노래 가사처럼 지치고 힘들어도 항상 꿈을 잃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십시오.”

 

인순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꿈은 팬들에게서 받은 것을 어떻게 환원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인생 선배로서 엄마로서 가수로서 나이 들어가면서 후배들에게 길과 희망을 제시해주고 싶기도 하다.

“나는 여러분에게 박수 받고 싶어요. 영원히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인순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객석에서 박수 세례가 오래 이어졌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안랩인들이 부럽습니다

인순이는 저작권 홍보대사이다. 올해 위촉되어 향후 2년간 저작권 관련 홍보와 교육 활동에 참여한다.

“저작권에 관심이 많습니다. TV나 라디오에 제 노래가 나가면 가창료를 받아야 하는데 저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음악을 무상 다운로드하는 것과 싸워야 하죠. 저는 가수협회 부회장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저작권과 관련해 싸워나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입니다.”

 

현재의 인터넷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저도 홈페이지나 카페 같은 곳에 가입해서 대화도 하고 댓글을 확인할 때가 많아요. 현재의 인터넷 문화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기 때문에 부정적인 모습도 많이 보이죠. 하지만 인터넷 문화는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안랩이 하는 일을 간략히 설명해주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바이러스나 해킹에 대응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워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보고 읽고 쓰는 것 외에 하지 못하는데, 아무나 하지 못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좋은 쪽으로 발휘하고 계시는 것이 참 멋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막중한 일을 하고 계신 만큼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뛰어난 머리를 나쁜 쪽으로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정의로운 쪽으로 활약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자신의 앞에 놓인 거대한 장벽 앞에서 오히려 강해질 수 있었던 인순이는 현재 가수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함에도 자원 활동, 캠페인, 저작권 홍보대사 등을 하며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두려워하면서도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은 동년배보다 어려보이지 않냐’며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 모두 ‘긍정의 힘’을 믿어보자. 그리고 인순이처럼 꿈을 갖고 도전해보자.  

출처 : 안철수연구소 사보 보안세상 2008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