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2
페이스북이 나올 당시 이미 소셜 네트워크라고 명명할 수 있는 많은 서비스가 있었다.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이러한 서비스의 현황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는 안정적인 운용과 시스템 성능이 중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그런 까닭에 수많은 대학에서 페이스북을 원했음에도 조금씩만 해당 대학을 늘려 나갔다. 그러면서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서버의 운용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그러한 조심스런 접근 방식으로 인해 서비스가 확장되어도 문제가 없는 내구성을 탄탄하게 갖출 수 있었다.
연이은 금융 기관의 사고로 우리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 기관의 거래는 핏줄과 같은 존재다. 돈의 흐름이 단 몇 시간만 마비되어도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피가 흐르지 않게 되고, 이는 많은 이들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게 된다. 이러한 거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IT(정보기술)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IT를 하나의 보조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기업은 IT가 없이는 운영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정보 자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대해 왔으며, 오늘날 IT가 핵심 인프라인 것은 명약관화하다. 물론 비용 절감은 조직의 전 분야에서 상시로 추구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핵심 역량에 대해서는 비용보다 투자의 관점을 지니는 것이 사업의 기본이다. 무엇이 핵심이고 어떤 것이 전문성이 필요한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조직을 책임지는 경영자의 안목과 현실 인식에 달려 있다.
최고정보책임경영자(CIO)라는 직급이 태어난 배경도 이러한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CIO는 단순히 전산실의 규모가 커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CIO는 그 기업과 기관의 정보 자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정보의 생성과 소멸은 어떤 과정으로 구성할지, 그 자원을 활용해서 사업 역량을 극대화할 지에 대해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이에 따른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책임도 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단지 IT 제품 구매나 협력 업체 관리가 아닌, 정보 관점에서 사업 전략이 실행되도록 경영적 판단을 주도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보안 사고나 서비스 장애는 사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거나 브랜드 하락으로 주가에 치명적 타격을 주게 된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에서는 위험(risk) 관리는 CEO의 몫이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과 누가 거래하고 싶겠는가?
잊혀져 가는 아픈 기억 가운데 성수대교와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다. 억울한 죽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갑작스런 아픔을 안겨준 이 사고는 건설사의 부실한 시공과 무책임한 관리에 기인했다. 속도와 화려함에 주력했던 건설 분야는 그 이후 안전이 더욱 절대적인 지표가 되었다.
그 동안 앞만 보고 질주해 온 IT가 화려함과 속도에 주력하다 보니, 또 다른 전시품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마케팅에 혈안이 되어 현란하게 치장한 웹 사이트, 자극적인 메시지로 시선을 끌려는 콘텐츠, 활용하기에 급급해 관리는 뒷전이었던 고객 정보 등등.
IT는 개인, 기업, 기관 사이의 투명한 정보가 흐르도록 하는 근간이다. 그것이 막히거나, 서로가 교환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가 없다면 사회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최근의 일련의 사태가 사업의 중심으로서 IT가 제대로 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4월 21일 전자신문에 실린 김홍선 대표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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