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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Lab 칼럼

회사가 좋다! 프로가 좋다!

by 보안세상 2020. 4. 18.

2007.10.22

 

내가 우리 회사에 들어온 지도 벌써 1년 하고도 8달이 지났다. 뭐 했는지 모르게 세월이 빨리 갔지만, 뒤돌아 보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난 우리 회사가 참 좋다. 회사에 들어 와서 우리 회사의 이런저런 문제점을 많이 들었으나, 내 경험으로 볼 때 우리 회사는 정말 좋은 회사다. 최소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말이다. – 사실 난 제품기획자나 영업대표들에게도 우리 회사는 정말 좋은 회사라 생각하는데, 이건 술자리에서 열 내면서 얘기할 수 있겠다.

 

다른 회사에서 명색이 세계 몇 번째 국제 인증도 받아 보고, ‘선진 기술’도 개발해 봤지만, 몇 백만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나는 개발해 보지 못했다. '내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제품을 우리나라의 몇 백만 국민이 사용하고 있다' 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난 보람있고 즐겁다. 또한 20년 가까운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에 개발 프로세스를 해 본 건 5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우리 회사에서 가장 완전한 형태로 개발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지휘하는 자리에 오를 엔지니어라면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하는 개발 프로세스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우리 회사의 주요한 자리에 있는 분들은 배울 게 많은 분들이다. 내가 그동안 존경하는 직장 상사가 딱 한 분 계셨는데, 우리 회사에서 새로 두 분을 만났다. 그분들을 만나서 배우는 것 또한 내 생활의 기쁨이고 자산이다. 엔지니어들도 연구소에서 배울 만한 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그것은 정말 다른 회사에서 얻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하지만 회사 다니는 즐거움은 자신이 준비되어야 누릴 수 있다.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프로’가 되는 거다. – 같은 의미로 우리 회사에는 전문직제에 ‘Professional’이 있다.

 

나는 엔지니어로서 프로의 핵심은 ‘기술적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에 기반하여 업무에 대해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엔지니어의 business talk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straight talk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열띠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이 누구의 일이 될지 계산하기 전에 그게 기술적으로 옳은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끝장 토론’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전사적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 우리가 좀더 성숙하다면 서로 감정은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고…

 

하지만 난 많은 회의에 들어 가면서 그렇지 않은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각종 리뷰 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 이슈 팔로업 회의 등에서 이슈에 대해 결론 없이 대충 때우는 걸 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착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 하지만 이 일을 누가 해야 하냐, 는 이슈에 대해서 우리가 동일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 걸 보면 이 진단은 틀렸다. - 이런 착함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도 제품에도 고객에게도 말이다.

 

그래서 난 ‘착한’ 사람보다 좀 못 됐더라도 일을 즐기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겪어 본 바로는 엔지니어들은 못 돼봤자 거기서 거기다. 일도 제대로 안 되는데 너무 착해서 뭐라고 하기 어려운 사람은 더 괴롭다. 팀웍만 깨지 않는다면(!), 난 일을 즐기는 사람이 좋다. – 일을 즐기며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팀웍도 잘 이룬다. 요즘 혼자 잘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므로. ^_^

 

난 엔지니어들이 개발하고 있는 제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즐거움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그 어느 경쟁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하고 많은 고객이 기쁘게 쓰는 그러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일은 훨씬 더 즐거워 질 게다. 그런 생각으로 개발하다 보면 어느 새 기술적으로 훨씬 더 성장하고, 전사적인 안목을 갖는 훌륭한 ‘프로’ 엔지니어로 성장해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 ASEC 직원들은 섭섭해 하지 말기 바란다. ‘개발’이란 말을 ‘분석’이나 ‘대응’으로 바꿔 읽으면 바로 ASEC 직원들의 얘기이기도 하니까. ^_^

 

기술적으로 솔직하게 동료들과 소통하고,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수백만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면서 우리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우리나라 보안업계, 전세계 보안업계를 이끌어 갈 훌륭한 엔지니어로 다들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강은성 상무는 안철수연구소에서 사용자의 IT 자산을 지키는 보람과
          즐거움으로 일하고 있으며, 어린이들도 즐겁게 뛰놀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인터넷 세상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출처]사보 '보안세상' 2005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