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Letter] 가치알랩

2026.09.04 커피는 핑계고! 작은 기다림을 응원하고 왔습니다🐾 (by 몽이엄마)

보안세상 2026. 9. 4. 17:27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강아지 이야기로 돌아온 몽이엄마입니다. 🐶

 

혹시 2024년 가치알랩 레터 「600마리 강아지의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저는 화성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이 생활하는 경기도 여주의반려마루를 찾아, 생활공간을 청소하고 밥을 주며 약 600마리 강아지의 일일 엄마가 되었는데요.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이번에는 화성에 있는 유기견 입양카페훈트(HUND)’에 다녀왔습니다. 과거에는 화성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을 만나기 위해 여주까지 달려갔는데, 이번에는 화성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을 만나게 되었네요.

 

이번 방문은 봉사활동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배설물을 치우는 일정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커피 한 잔 마시러 카페에 들렀을 뿐인데요. 하지만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에게 관심을 갖고 그 시간을 함께하는 것 역시 생명을 존중하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마음은 이미 강아지들에게 빼앗긴 뒤였지만요. 🥹

 

여기는 강아지가 주인공인 카페입니다 🏡

경기 화성 유기견 입양카페 ‘훈트(HUND)’ (출처: 몽이엄마)

훈트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유기견 입양카페입니다. 이름인 ‘HUND’는 독일어로를 뜻하는데요.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아지가 중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양한 크기와 생김새를 가진 강아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방문객을 맞이했습니다. 먼저 다가와 냄새를 맡는 친구도 있었고, 사람의 발치에 조용히 자리를 잡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살피다가 천천히 다가오는 아이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일반 애견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아지가 있고, 커피가 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훈트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면요, 훈트의 강아지들은 손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카페의 진짜 주인공은 커피도 손님도 아닌 강아지들이었습니다.

 

메뉴판이 아니고, 아이들의 소개서입니다. 각각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들의 특징과 주의사항부터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 출처: 몽이엄마)

 

아이들 저마다의 속도로 천천히 🐶

훈트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성격도, 사람과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도 달랐습니다.

사람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가까이 다가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해 손을 내밀었는데, ‘거기까지 해주시죠?’ 하는 표정으로 슬쩍 물러나는 친구도 있었고요. 😅

 

방문 전날 훈련받은 ‘ 들어가 ’ 를 하루종일 하고 있던 마음이 ( 출처 : 몽이엄마 )
정말 잘 적응해서 너무나 잘 … 놀고 있는 아이들 .. ( 출처 : 몽이엄마 )

 

사람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도 조금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쓰다듬고 안아주기 보다,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고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보았는데요. 좋아하는 마음에도 상대의 속도를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습니다.

 

유기견을 사랑하는 방법은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 기다려주는 것, 먼저 다가왔을 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유혹하는 강아지가 다가오기 시작하면 차분한 마음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 ( 출처 : 몽이엄마 )

 

세 번은 만나야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훈트는 단순히 유기견을 보호하거나 방문객에게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산책과 사회화 교육을 진행하고,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과 강아지가 충분히 만나고 교감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의 만남과 상담 과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훈트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려면 원칙적으로 세 차례 이상 방문해 대상 강아지와 교감해야 합니다. 잠깐 보고너무 귀엽다!”는 마음만으로 입양을 결정하기보다, 함께 살아갈 사람과 강아지가 서로를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강아지는 낯선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어떤 강아지는 산책을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보호자가 그런 특성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한 강아지는 처음에는 산책조차 어려워했지만, 보호자가 유모차에 태워 바깥바람을 쐬어주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서 조금씩 적응했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함께 여행까지 떠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기다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겠죠.

 

처음에는 입양 절차가 제법 꼼꼼하다고 느껴졌는데요, 한 번 상처받았던 아이가 다시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사람과 강아지 모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훈트의 운영 방식 및 입양 사례가 보다 자세히 궁금하시다면? 기사를 참고하세요!)

 

안락사 명단에서, 누군가의 가족으로

훈트에서 생활하는 강아지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짧은 줄에 묶여 지냈던 아이, 도로를 떠돌다가 구조된 아이, 성대 일부가 제거된 채 발견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내장칩이 있었지만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하루 앞두고 구조된 강아지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연을 듣고 나니 제 발치에 앉아 있던 강아지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는데도 다시 사람 곁으로 다가오고, 낯선 손길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주는 아이들이 대견하면서도 짠했습니다.

 

작년에만 해도 훈트에서 지내다 새로운 가족을 만난 아이들이 9마리나 된다고 하는데요, 누군가에게는 보호기간이 끝난 유기견 한 마리였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이름을 부르며 매일을 함께할 단 하나뿐인 가족이 된 것입니다.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 정말 짠했습니다 (출처: 몽이엄마)

 

여전히 9 5천여 마리가 구조됩니다

훈트에서 만난 강아지들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우리나라에서 매년 얼마나 많은 동물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6월 발표한 ‘2025년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총 95,685마리였습니다.

2024년보다 10.4% 감소했고,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0만 마리 아래로 내려왔다는 점은 반가운 변화입니다. 반려동물 등록 누적 마릿수도 약 3676천 마리로 전년보다 5.3%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10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이 구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중 강아지는 67,384마리로 전체의 70.4%를 차지했습니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185마리의 강아지가 구조된 셈입니다.

 

숫자로 보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훈트에서 만난 아이들을 떠올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통계 속 ‘1마리는 누군가의 발치에 조용히 앉아 있던 친구일 수도 있고, 낯선 손길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던 친구일 수도 있으니까요.

유기동물 문제는 구조하는 순간 끝나지 않습니다. 구조된 아이가 다시 사람을 믿고, 자신에게 맞는 가족을 만나 그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과정까지 포함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구조가 완성됩니다.

*참고: 2025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관련 보도

 

양쪽 고관절이 탈구된 채로 국도에서 발견됐던 골든 리트리버 에덴이도,  훈트에서 수술 재활을 받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답니다. ( 출처: 몽이엄마)

 

입양하지 않아도 도울 수 있을까요?

유기견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도 당장 입양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거 환경과 가족 구성, 경제적 여건을 살펴야 하고, 매일 산책시키고 아플 때 돌보며 오랜 시간을 함께할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당장 입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입양만이 유일한 참여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훈트와 같은 공간을 방문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카페 이용료가 생활공간 운영과 병원비 등에 보태지고, 방문객과의 긍정적인 만남은 아이들이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후원이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SNS에 올라온 입양 공고를 주변에 공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넘길 게시물 한 건이지만, 한 아이에게는 새로운 가족과 연결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훈트에 머무는 동안에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려봤습니다. 자고 있는 아이는 조용히 바라보고, 슬쩍 자리를 피하면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기도 했는데요. 아주 작은 배려였지만, 아이들의 공간을 존중하면서 그 기다림에 함께하는 방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엄마보다친구가 되어주고 왔습니다

2024년 반려마루에서 600마리 강아지의 일일 엄마가 되었다면, 이번 훈트에서는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의 잠깐의 친구가 되어주고 돌아왔습니다.

보호소 봉사처럼 수백 개의 밥그릇을 채우거나 생활공간을 청소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방문 역시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아이들이 다시 사람 곁에 다가와 몸을 기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실·유기동물의 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줄었다고 해서, 아직 가족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의 기다림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 훈트 방문을 통해 사회적 책임이 꼭 거창한 활동으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 입양하거나 큰 후원을 하지 못하더라도, 유기견 입양카페를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의 입양 소식을 한 번 더 알리는 것 역시 작은 실천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일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그런 일상의 선택들이 모여 아이들의 긴 기다림을 조금씩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훈트의 문구처럼, 아이들의 기다림이 설렘이 되는 날이 조금 더 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

 

P.S. 몽이에게 받은 사랑이 더 많은 강아지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몽이엄마는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보려 합니다. 그래도 질투 많던 가나디 몽이가 행여 삐쳤을까 봐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꽃다발을 사 들고 와 오래오래 몽이 생각을 했답니다.🐾